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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17년 시

질감

김순옥

방을 빼라는 집

주인의 목소리가 뜨거워

엉뚱한 방에 들어가 누워보아요

문지방에 끼인 돌멩이가 으스러져요

감긴 눈을 씹었어요

생선꼬리라도 주세요

돌멩이가 입 안에서 굴러다녀요

미안해요 뱉을 수가 없어요

입 깊숙이 밀어 넣어 볼까요?

늙은 복숭아 껍질에 돋은 거웃이

천일동안 타고 있대요

꽃을 달고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노랗게 곪아가는 눈

저만치

나는 엄마보다 더 늙었고

낯익은 젊은 여자 하나

생뚱맞은 얼굴로 거울을 빠져 나가요

불 꺼진 방 아랫목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요

당선소감

눈 내린 비암산 계단을 오르며 앞서 걷는 학우들의 등에 나의 표정을 새기고 햇살에 차가운 입김을 데우는 동안 우리는 선구자를 목 놓아 불렀습니다. 시인의 고향을 찾아 서러운 나무가 되어 바람을 끌어안은 그곳에서 간절한 소망 하나를 주머니에 담아 온 며칠 후 질문 하나를 던지듯 날아온 소식에 쓸쓸한 등을 기댈 곳이 내게도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잠시 어리둥절한 틈을 타 기쁨이 봇물 터지듯 차고 넘쳤습니다.

저승에 계신 아버지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제 얼마만큼의 나를 바라볼 수 있을지, 지나온 시간 속에 시가 있었고 중년의 문턱을 넘었을 때 중독처럼 다시 다가온 시는 내 안의 어두워지는 순간에 진심을 담아낼 힘을 주었습니다. 내 안에 끓고 있는 하얀 시어들, 나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시어들이 눈물에 찍혀 하나둘씩 떨어지곤 했습니다.

마음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면을 허락해 주신 국제신문과 더 용감하게 시를 쓸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강영환 선생님, 곽재구 선생님, 문태준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지금보다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시의 진실이라며 적당한 시의 중독을 가르쳐 주신 김륭 선생님, 아버지 같은 미소가 보고 싶습니다. 아파할 때마다 힘이 되어 주었던 오 선배님을 비롯한 반문 선배님, 글쌈 문우님 고맙습니다. 하얀 손수건을 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수고했다며 등을 토닥여 주던 남편과 시를 쓰면서 행복해하는 엄마가 정말 보기 좋다는 나의 숨과 같은 진영, 은영 고맙고 사랑합니다.

어린 시절 나의 우주였던 아버지, 어머니 아프도록 사랑합니다.

▶약력=1967년 경북 선산 출생. 울산 거주. 2015년 제39회 방송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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