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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2016년 시

양을 찾아서

구녹원

마침내 양은 사라졌다

한 의식을 잃고서 나는 은주발에 담긴 눈*이 되고 싶었다

갈피가 다 바랜 경전 속에 없던 신이

밑창 닳아 낮아진 가죽신 아래에서 흘렀다

눈 내리는 게르 뒤란에서 그 의식은 치루어졌지

양 한 마리는 선택되었고

모든 자연의 의식 속에서 가장 무죄한 저 걸음걸이

죽음으로 걸어갈 때 누구라도 하늘을 보고 땅을 볼 것이다

단도가 양의 숨길을 통과하는 직전 그 눈은 검은 천으로 가리워지고

목자牧者 는 숨 털 한 올을 뽑아 속주머니에 소중히 간직한다

산자에게 건너간 울음소리, 가슴에서 질척이고

가장 조용히 자기를 버려 안식을 얻는 양의 침묵을 본다

양떼구름이 언덕으로 무리 지어 지나갈 때

두루마리 편지처럼 자꾸 도사리는 중얼거림들

대신 초원을 한 뼘 더 자라게 하는 울음소리가 하늘을 펼친다

만나고 싶은 얼굴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침상 캐시미어에 머리를 파묻고 싶었다

천년을 흐르는 구름도 있었다

양은 어디에 있을까

*벽암록 제 13 칙 파릉(巴陵) 은완리성설(銀椀裏盛雪) 차용.

[신년특집 신춘문예 당선소감] 나만의 나무를 찾는 사유의 길
구녹원(본명:구애영·69)

당선 소식을 접하는 순간 왜 그날이 떠오를까? 달걀 3개로 석유 한 홉을 바꾸고 환한 심지를 바라보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고 훌쩍거렸던…. 사유하는 내 의식, 내 표현은 늘 허기졌다. `시는 인간의 가장 완벽한 발언이다, 라고 매슈 아널드 영국의 시인, 문학비평가는 말했다. 나만의 나무를 찾고 싶었다. 어쩌면 저 광활한 초원 위에서 나의 구름을 찾는 한 마리의 양이었을까?

먼저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립니다. 느린 저를 사유의 길로 이끌어 주신 경기대 이지엽 교수님께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명지전문대 이경교 교수님, 열린시학아카데미 하린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와 길, 아카데미 시우님들 친구분들 모두 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저희 사랑하는 가족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다섯 번의 장례의식을 치렀지만. 떠난 그 오솔길에서 저는 아무것도 해 드릴 것이 없었습니다. 오늘은 하늘에서 미소를 지으실 것 같습니다. 더 겸허히 공부하여 좋은 작품 쓰겠습니다.

△전남 목포 生

△경기대 예술대학원 독서지도과 재학

[신년특집 신춘문예 심사평]신선한 상상력·큰 스케일이 마음 사로잡아

본심에 30여명의 작품이 올라왔다. 응모 편수는 많았으나 산뜻하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적 철학이나, 시적 사유의 폭이 약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종적으로 논의가 거듭된 작품은 송현숙의 배고픈 이름과 구녹원의 양을 찾아서였다. 배고픈 이름은 잊혀져 가는 도장을 시적 대상으로 하여 독특한 시각과 발상으로 불운한 가족사를 잘 그려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상투적인 표현으로 시적 긴장감이 떨어졌다. 제목 또한 상징성이 약한 것이 흠이었다. 당선작 구녹원의 양을 찾아서는 오랜 숙련의 흔적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사라진 양의 죽음을 통해 삶을 영속하게 하는 존재의 비의에 천착한다. `가장 조용히 자기를 버려 안식을 얻는 양의 침묵을 본다는 시구의 깊이, 초원을 한 뼘 더 자라게 하는 울음소리가 하늘을 펼친다는 신선한 상상력과 큰 스케일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영춘·고진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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