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리키 앵무
조용히 우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주전자 물 끓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미풍에 머리카락 날리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창문보다 낮게 목소리를 죽이는 아이, 이웃집엔 중문도 방음벽도 없단다 얌전히 울면 해바라기 씨를 가득 줄 테야
호기심 많은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쪼아대도 가둔다 짧고 단단한 부리로 백합 꽃잎을 쪼아대도 가둔다 동글동글한 눈빛으로 수도꼭지를 툭툭 건드려도 가둔다 집안에서 제일 예민한 각도로 웅크리는 아이, 이웃집엔 꽃병도 수도꼭지도 없단다 너의 호기심을 잠그면 해바라기 밭을 줄 테야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오후 햇살이 올리브색 깃털 위로 미끄러져도 가둔다 건반 위를 콩콩 뛰어다니기만 해도 가둔다 깨지지 않는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해도 가둔다 방안에서 깃털을 고르는 아이, 이웃집엔 햇살도 거울도 없단다 방안 가득 네 꿈을 펼친다면 새장을 통째로 줄 테야
아파트 밖을 나서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창문 여는 소리만 들려도 가둔다 놀이터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높아져도 가둔다 마오리족의 깃털처럼 가벼워지려는 아이를 가둔다 창살 안에서 노란 깃털을 뽐내는 아이, 이웃집엔 너 같은 아이도 악보도 없단다 내 앞에서만 노래하면 새장을 요람처럼 흔들어 줄 테야
[당선소감]
치열하게 꿈꾸는 시인이 될 것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 한 척, 넘실대는 파도를 가로질러 수평선으로 향합니다. 때론 기우뚱 방향을 잃기도 하지요. 시에 대한 갈증과 물음을 가득 싣고 떠난 배처럼, 시는 가까이 존재하지만 확 잡히지 않는 또 다른 나였습니다.
아우성처럼 쏟아지는 많은 말들을 마음속으로 다시 밀어 넣습니다. 10대 때부터 함께 한 ‘시’이지만, 모든 것이 치열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핑계일 테니까요. 차곡차곡 접어 둔 못다 한 언어들은 앞으로 써야 할 작품 속에 녹여내면 되지 않을까요.
시를 쓰면서 조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시’는 언제나 그 과정 속에 놓여 있기에, 매 순간 새롭고 치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 어렵고 힘들지만 참 설레이고 행복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넘치게 받은 당선 소식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입니다. 부족한 제 자신을 다독이면서 더 힘을 내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먼저 부족하지만 가능성을 보시고 선택해주신 김사인 시인님, 박남준 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창살에 갇히지 않고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시인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조말선 선생님, 시의 내밀성을 찾지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제가 많이 안타까우셨죠. 시의 바닥과 그 깊이를 채워주시려고 하신 마음 알기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신 사유와 인식, 그리고 대상의 속성으로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이미지와 묘사를 잃지 않는 시인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함께 한 신정민 선생님, 강영환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많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던 다정한 지평 선생님들, 저보다 더 많이 기뻐해 주시는 모습에 울컥했습니다.
애정어린 잔소리로 응원해 준 사랑하는 남편과 딸 시현, 기뻐해 주시는 아버님, 버팀목과 안식처인 김경남 나의 엄마, 현승, 현준 사랑하는 가족을 비롯해,
진심으로 기뻐해 주시는 소중한 지인분들과 나의 사랑하는 벗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딸이 글쓰는 걸 늘 응원해주셨던 그리운 아버지, 아직 늦지 않았지요, 치열하게 꿈꾸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 이주경 씨는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부산광역시와 김해장유에 거주하고 있다.
[심사평]
고요한 영혼의 시위를 당겨라
‘신춘 병’이라는 오직 문청이라 분류 지칭되는 종족에게만 대책 없이 전염되고 일사불란하게 치유를 거부하는 지독한 병이 세대를 초월해서 아직도 유효한가 보다.
일천여 편이 넘는 투고 시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왔다. 모두 열두 분의 44편이었다.
“필락경풍우 시성읍귀신(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붓을 들어 떨치면 비바람이 놀라고 시를 지어 이루면 귀신도 울고 가는 이라며 두보가 이백을 일러 존경을 표한 헌사가 있다.
모름지기 시를 짓는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문장을 꿈꾸어야 하지 않는가.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라고 젊은 날 시마에 빠져 시의 날을 벼리기도, 그렇지 못한 남루한 시적 재능을 자학하던 시절이 있었다.
발칙 풍부하고 패기 넘치는 상상력, 갓 건져 올린 물고기의 비늘에 파닥거리는 윤슬, 우주를 들이마신 숨을 멈추며 이윽고 고요한 내면의 시위를 당긴 숨 가쁘도록 팽팽한 긴장, 수면을 차고 튀어 오른 물방울에 비친 영혼의 무게.
신춘문예 심사를 하다가 위와 같은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다. 잊고 있었던 호승심이 일기도 부러움에 눈꺼풀이 가만히 내리 감기기도 한다.
「카카리키 앵무」외 2편과 「컨베이어 벨트」외 3편, 두사람의 작품을 두고 아주 잠시 머리를 맞댔다.
기성의 시문법, 감각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훈련도 쉽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심사위원으로 대표되는 기성의 미적 감각과 안목을 돌파 해주는 그러한 신선함 속에 시적 설득력을 발휘하는 새 목소리, 새 힘을 우리는 기다리는 것이다. 적어도 그런 의욕과 모험의 열정을 기대하는 것.
기준이 그러했다. 「자석 수평계」, 「새점」, 비록 완성도가 높은 수준작이기는 하지만 기성세대와 크게 다를바없는 작품은 적어도 신춘에서는 보류하기로 했다.
당선작은 왜 꼭 한사람이어야 할까. 「들깨꽃 부각」은 시대상황과 맞물려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시란, 시인이란 내일을 향한 날카로운 예각의 안테나를 갈고 닦고 기다려야 한다. 뮤즈의 샘물이 가득 차오르기 까지.
「카카리키 앵무」는 사회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문제, 육아, 가족, 교육문제등을 반려동물을 통해 바라본 작품이다. 당선작을 받쳐주는 다른 작품의 수준이 조금은 고른 이에게 마음이 더 기울였다. 또한 시를 끌고 나가는 뒷힘과 함께 당선자 쪽의 발랄과 생기가 우리의 의도에 더 맞는 것으로 여겼다. 부디 당선작이 대표작이 된 시인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라며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박남준·김사인 시인